[단독] 감사원, 文정부 산은 구조조정 딜에 칼날 겨눈다

입력 2023-11-07 14:46   수정 2023-11-07 18:45

이 기사는 11월 07일 14: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은행이 단행했던 구조조정 딜을 집중 감찰하고 있다. 정부 지분이 다시 민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와 청탁이 없었는 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이 산업은행이 행한 개별 딜의 위법성 여부를 직접 들여다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감사원이 사실상 표적을 정하고 정략적으로 이번 감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감사의 칼끝이 결국 이동걸 전 산은 회장과 문재인 정부 고위 관계자를 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흥건설에 2000억원 깎아준 산은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산은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시작했다. 이번 감사의 명목은 정책자금 운용실태 확인이다. 코로나19 시기 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집행한 자금이 제대로 쓰였는 지 들여다보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실제 감사원의 칼날은 전 정부에서 산은이 행했던 구조조정 딜에 향해 있다. 감사원은 2021년 대우건설을 중흥건설에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와 2019년 산은이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을 낙점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경위를 주목하고 있다.

산은은 2021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를 세워 대우건설 지분을 넘긴 뒤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주당 1만1000원), DS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주당 8500원)을 써내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이후 중흥건설이 2위와의 가격 차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인수 포기 의사까지 내비치자 KDBI는 이례적으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결국 재입찰 과정을 거쳐 중흥건설은 처음 제안한 가격보다 2000억원 낮은 2조1000억원에 대우건설을 품었다. 산은은 "재입찰이 아닌 단순 가격 등 거래 조건 수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최고가 입찰 딜에서 가격을 다시 제안할 기회를 준 건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 역시 재입찰 과정에서 중흥건설이 부당한 특혜를 받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산은이 굳이 KDBI를 만들어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은 산은이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2001년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로 올라선 산은은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5차 매각 시도 때 인수 후보로 낙점한 게 현대중공업그룹이었다.

당시 산은은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스토킹호스 방식을 택해 경쟁 인수 후보군엔 인수 검토 시간을 1개월도 주지 않고 매각을 강행해 밀실 매각·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양사의 합병은 유럽연합(EU)의 불허로 무산됐지만, 오너 일가는 인수 추진을 계기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
"정책 결정 측면에서 산은 굉장히 취약"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 정부 때 산은이 행한 구조조정 딜의 배경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달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도는 경제학적으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두 회사 합병은 산은 자체의 결정이 아니라 외부에서 결정한 것을 산은이 수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정이 비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면 이는 중대한 외부 리스크"라며 "재정안정성이나 정책 결정 측면에서 산업은행은 보기와 달리 굉장히 취약할 수 있다"고도 했다.

감사원의 강도 높은 감찰이 이어지는 데다 강 회장까지 전 정부에서 행해진 구조조정 딜을 문제 삼고 나서자 산은 내부는 비상이 걸렸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딜에 관여했던 산은 관계자를 비롯해 관련자들은 감사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가 본격 시작된 건 지난달 23일이지만 산은은 그 전부터 관련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정부에서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주요 구조조정 딜을 설계하고, 수행한 이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가 내년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근 산은 구조조정 관련 부서의 가장 큰 이슈는 HMM도 아시아나항공도 아닌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이라며 "감사 결과가 검찰 수사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혜 의혹 등 입증 쉽지 않을 듯
다만 감사원이 산은의 구조조정 딜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실제 입증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딜 모두 법적으로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핵심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딜의 경우 이례적으로 재입찰을 진행하긴 했지만 수정 제안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던 데다 자칫 딜이 깨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배임으로 보기 어렵고, 대우조선해양 딜 역시 스토킹호스 방식을 특혜라고 지적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딜이 진행되게 된 배경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가 위법성 여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MM과 KDB생명, 아시아나항공 등 진행 중인 구조조정 딜이 산적한 산은은 매각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HMM의 경우 배임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영구채의 상환을 받아주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 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화물사업 매각안을 두고 열린 아시아나항공의 임시이사회에선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외이사 한 명이 표결을 거부하고 중도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산은 관계자가 이사회에 참석해 화물 매각 찬성을 사실상 압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경쟁당국의 반대에 막혀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시 전 정부 시절 추진한 구조조정 딜로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안정에만 도움을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감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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